banner
  1. About
  2. Blog
  3. Contact
독서 · 

이미지 출처: Jr Korpa on Unsplash


딕의 소설에는 세상이 삽시간에 미쳐버릴 수도 있다는 정서가 깔려 있습니다. 깁슨보다 딕을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운명의 시간은 오웰에겐 1984년도였고, 딕에겐 2021년이었습니다. 오늘날 돌아보면 설레발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흥분이야말로 SF였는지도 모르죠. SF는 프랑켄슈타인이 그랬듯 통제할 수 없는 기술에 대한 공포라는 감정에서 생겨났으니까 말입니다. 기술은 도리어 인간을 통제할 것입니다. 센티널이 보여준 공포는 여전히 시의성이 있습니다.


다만 진짜 위험은 인류를 멸망시키려는 슈퍼컴퓨터도, 그것을 손에 넣을 '악당'도 아닙니다. 진짜 위험은 기술이 소수가 권력을 독점하기 쉬운 하부 구조를 재생산해내는 데에서 옵니다.


이건 시뮬레이션입니다. SF는 미래를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현재를 보여주었죠.


인간은 다른 인간에게 사용당합니다ㅡ태어날 때부터 설계되고, 통제되고, 예측되고, 용도에 맞는 '적당한 상태'로 유지됩니다. 이런 생애는 시뮬레이션처럼 반복될 겁니다. 딕의 소설에 나오는 화성 정착민뿐만 아니라, 거대 기업 임직원에게 주어진 운명처럼 말입니다.


보드리야르처럼 말하자면 시뮬레이션은 현실 자체가 시뮬레이션이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댓글 0

독서 카테고리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