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할 수 있는 행위"가 아니라 "승리 시스템"으로 정의해야만 한다.

삼국지 게임으로 예를 들어서 "내정을 할 수 있다", "책략을 쓸 수 있다", "외교를 할 수 있다" 같은 행위들로는 게임을 만들 수 없다.
삼국지 게임이라면 모든 영토를 점령해야 한다는 "승리 조건"과 승리하기 위한 방식 - 즉 군사 양성 및 적군 섬멸이라는 "플레이 방식"을 제시해야 한다.
이제까지 이것을 생각하지 않고 너무 많은 게임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건 개발자 관점이 아니라 유저 관점이었다. 결국 시스템을 만들지 못해 재미를 느끼지 못했고 중단하고 말았다.
예를 들어서 "게임에서 고등학생 친구를 만들 수 있다"거나 "북극을 탐험할 수 있다"거나 "조선시대 영웅들을 만날 수 있다"거나 하는 식이다.
이렇게 유저 관점에서 혹할 만한 내용들은 실제로 개발이 들어가면 시스템 수준에서 충돌되는 경우가 많다. 더군다나 유저 관점에서 하고 싶은 내용들을 몽땅 집어넣으면 더욱 그렇다. "Dream Game"의 함정이라고 할까.

물론 삼국지 게임을 즐기는 유저 입장에서 내정과 전쟁 중 하나라도 빠지면 섭섭하다. 그럼에도 실제로 개발을 해보면 "타일 기반 시스템"과 "내정을 통한 인구 증감" 및 "양성한 인구를 병력으로 배치"는 서로 생각만큼 쉽게 조율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시스템으로부터 할 수 있는 행위들이 창발되어야지 - 할 수 있는 행위를 모두 충족시키는 시스템을 고안하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서 마인크래프트는 블록을 캐서 블록을 짓는다는 단순한 시스템으로부터 출발했다. 그리고 블록 종류가 늘어남에 따라 할 수 있는 행위들이 자연스럽게 창발되었다. 채광, 건설, 농사, 사냥, 교역 등등.